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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는

요즘 나는...

by 난누구 2022. 6.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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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특별한 일은 없다.

  매우 평범한 날들의 연속. 결혼 전에 누군가 꿈을 물어보면 그냥 평범하게 살고 싶다고 말했었는데... 전업주부가 되어 아이들이 찾는 순간 항상 옆에 있는 엄마가 되고 싶다고 말했었는데... 어떻게 보면 내가 원하는 대로 다 이루고 사는 삶인 거 같다.

  꿈이 크지 않았기에 특별한 노력이 필요한 건 아니었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 좀 더 풍족한 삶을 위해서 일을 선택할 수도 있었으나 욕심없이 그냥 흘러가는 대로 순리대로 살다 보니 원하는 삶을 살고 있었다. 그러나 이 평범한 삶이 가끔씩 지루해지는 순간이 있다. 매일이 똑같은 삶.

나무와 하늘의 모습
보기만 해도 기분 좋은 하늘

아이들 아침 준비를 한다.

  아이들이 기관생활을 시작한 때부터 시작된 매일 아침의 가사.

  누군가는 어차피 가면 점심 금방 먹을 텐데 아침 좀 건너뛰면 어떠냐고 말하지만 아침을 주지 않으면 큰일이 나는 것처럼 생활해왔다. 아침을 준비하는 나를 바라보며 스스로 뿌듯함을 느낀 것도 같다. 아침 준비 하나에 주부로서의 삶을 완벽히 살고 있다고 혼자 착각했던 순간들이었다. 주변에서 아침 차리냐고 물을 때 당연하다고 말하는 나 자신이 자랑스러웠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도 어렸구나라는 생각에 얼굴이 달아오른다.

  요즘 나는 예전처럼 애들보다 훨씬 일찍 일어나지는 않는다. 아무리 잘 차려봤자 아침부터 입맛 좋을 리 없는 아이들은 오히려 간단한 식사를 선호한다. 누가 보면 부실한 식사 아니냐고 말할 정도로 간소하지만 아이들은 만족하고 잘 먹어주니 그걸로 족하다. 너무 힘든 일은 오래가지 못하니까 적당히 타협해본다.

주먹밥과 사과와 치킨 너겟으로 간단히 차린 아침상
간단하게 먹을 수 있는 아침

희대의 식물 킬러 꽃을 키워보다.

  결혼하자마자 시부모님께서 이쁜 화분을 두 개 사주신 적이 있다. 물만 제때 주면 신경쓸 거 없다던 그 산세베리아와 이름이 기억 안나는 화분은 1년도 안되어 시름시름 앓다가 운명을 달리했다. 시부모님들이 깜짝 놀라며 화분이 아깝다고 빈 화분을 가져가실 때는 어찌나 민망하던지...

  그 후로도 식물을 좋아하는 남편이 키우기 쉽다는 다육이, 선인장, 고무나무 등 여러 화분을 나에게 안겼지만 그때마다 식물 킬러라는 이름에 걸맞게 모든 식물을 죽이고 말았다.

  그래서 계속 화분 들이는 것을 반대하다가 올해 식목일 날 뭐에 홀렸는지 수국 꽃 나무를 가지고 오게 되었다.

  처음엔 연두색의 연약한 잎만 있었는데 집에와서 물만 줬을 뿐인데 어느 순간 조그만 꽃몽우리가 보이더니 금세 꽃을 피웠다. 매일매일 조금씩 그 변화가 눈에 보이자 관찰하는 재미가 쏠쏠했다. 

  남편은 내가 나이가 들어서 이제 꽃을 좋아하는 거라며 화분 하나를 더 사자고 나에게 말했지만 나는 단호히 거절했다. 너무나 소중한 이 수국 꽃을 잘 지켜서 내년 식목일 때까지 살아있으면 그때 다시 친구 화분을 들일 생각이다. 

  수국아 그때까지 잘 버텨주렴!

꽃이 나기 전부터 파란 꽃을 피운 모습까지 수국의 성장 과정
이쁘게 성장한 수국

그리고 가끔 기분전환하기

  난 사람 만나는 걸 즐기지 않는다. 어릴 땐 사람들과 함께하는 시간이 의미 있는 시간이며 혼자 있는 시간들은 소외된 시간이라고 느꼈었다. 나이가 조금씩 들면서 남보다 나에게 관심을 기울이는 시간을 가져보니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이 보장되어야지만 에너지가 충전되는 사람이었다. 요즘 유행하는 MBTI에서 파워 I의 성향을 지녔나 보다.

  그렇다고 늘 혼자 있는 걸 좋아하는 건 아니다. 가끔 좋아하는 사람들을 만나 얘기하는 시간이 그리울 때가 있다. 예전엔 그냥 지인을 만났다고 한다면 지금은 좋아하는 사람을 만난다. 내가 사람을 만났을 때 에너지를 쓸 수 있는 시간을 고려해보니 1주일에 한 번 정도가 적당하다고 결론 내려졌다. 그러면 한 달에 4번밖에 사람을 만날 수 없다고 생각해보니 그 시간을 정말 좋은 사람과 보내고 싶다는 욕구가 생기기 시작했다. 

  그냥 차 한 잔 하기 위해 만나는 사람이 아닌 그 사람에 대한 관심으로 만나다 보니 짧은 시간을 만나도 시간이 잘 채워지는 느낌이었다. 나에게 주어진 시간이 무한하지 않다고 생각하니 가끔 사람을 만나는 그 시간이 소중해졌다. 난 이제 예전처럼 새로운 인연을 만나거나 사람들 사이에 속하려고 애쓰지 않는다. 나의 약간의 외로운 시간들을 잘 받아들이고 있다.

 

  좋은 사람과 값진 시간들을 보내기 위해 오늘도 난 열심히 평범한 삶을 살아간다. 

 

콥샐러드와 에그베네딕트가 맛있어 보이는 사진
보기만 해도 좋은 음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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