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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나는

전업주부의 일상

by 난누구 2022.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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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일 동안의 연휴가 끝나고 다시 일상으로 돌아왔다. 전업주부에게 연휴란 처리할 일들이 산재해있고 야근은 기본인 날들이 아닌가 싶다. 나만 그런가? 언젠가 몸이 안 좋아서 병원에 갔더니 의사 선생님께서 대상포진 초기 증상 같다고 하시며 요즘 이사처럼 힘든 일이 있었냐고 물으시길래 아이들 방학이라고 말씀드렸더니 바로 수긍하시던 기억이 난다. 그만큼 집안일은 티는 안 나지만 하는 일이 많다고 생각한다. 

  매주 월요일도 그렇지만 연휴 다음날은 무조건 청소가 필수다. 난 주말엔 최소한의 가사를 제외하고는 하지 않는다. 출퇴근 시간도 없고 쉬는 날까지 정해져 있지 않은 나를 위해 내가 정한 규칙이다. 가족이 쉴 때 같이 쉬고 여가를 즐기는 게 집안일을 열심히 하는 것보다 더 가치 있는 일이 아닌가 싶어 결정한 일이며 남편도 이에 대해 동조해주고 가급적 집안 일을 부탁하려고 하지 않는다.

 

학교에 가는 날 아침 차리기 

  아이들이 학교에 가는 날 아침은 늘 분주하다. 아이들 깨우랴 밥 준비하랴 정신이 없다.

  아이들도 늦게까지 못 잔 다음 날이면 입맛이 없는지 밥을 먹는 게 영 시원치 않아 보인다. 그래서 가급적 아침은 후딱 먹고 갈 수 있게 한 그릇 밥이나 김밥 종류를 준비한다.

  오늘 아침은 편스토랑에 나왔던 류수영의 계란볶음밥이다. 재료도 파, 액젓, 기름, 설탕, 밥, 계란만 있으면 되고 팬 하나에 조리가 해결되니 너무 좋다. 더욱이 아이들도 잘 먹어주니 아침 메뉴로 자주 등장하는 편이다. 냉장고에 새우가 있길래 조금 잘라서 넣었더니 더 맛있었다. 아이가 다음번엔 꼭 짜장 소스를 달라고 하는 걸 보니 중국집 볶음밥만큼 맛있나 보다.

아이들을 위한 계란볶음밥, 김치, 미역국, 오렌지, 체리로 차려진 아침식사
소중한 가족을 위한 한 끼

 

만원의 행복 다이소

  청소와 빨래를 끝내 놓고 은행에 나가야 할 일이 있었다. 웬만한 은행업무는 핸드폰으로 해결되지만 가끔 은행에 들러야 하는 경우들이 있다. 나가는 김에 뭘 더 하고 올까 생각하다고 다이소에 들르기로 결정한다.

  천원의 행복이라는 다이소는 부담 없이 들르기 좋은 장소이다. 아이들이 어렸을 때 강습을 들어가면 다시 집에 왔다가기도 애매한 시간이어서 다이소를 자주 들렀다. 자주 들르는데도 갈 때마다 사야 할 것들이 왜 이렇게 많은지 항상 빈 손으로 나오는 경우는 없었다. 그렇게 지내다 보면 한 달에 꽤 많은 금액을 다이소에서 쓴 걸 알게 되었고 꼭 필요해서라기 보다 즉흥적으로 사 온 물건이어서 제대로 쓰이지 못하고 버려지는 경우도 많았다. 

  그래서 다이소에 가는 횟수를 한 달에 한 번으로 줄이고 한 번 갈 때마다 꼭 필요한 물품을 사는 경우가 아니면 만원 이내로 쇼핑을 끝내고자 다짐하였다. 오늘도 생필품은 아니어서 만원 이하의 돈만 써야겠다고 다짐하고 들어갔다.

  3구 나눔 접시. 큰 유리컵, 머리핀, 종이백, 속옷정리함을 사니 구천원의 금액이 나왔다. 이 정도면 성공이다. 집에 와서 다시 풀고 보니 속옷정리함은 사실 그렇게 필요치 않은 것 같았다. 그래도 천원이 값어치를 할 때까지 잘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릇, 삔, 종이 봉투, 플라스틱 정리함, 큰 유리컵
다이소에서의 만원의 행복

 

반찬 만들기

  주말을 지나면 반찬이 똑 떨어진다. 다른 날보다 주방 일이 많아지기에 낮부터 저녁 준비를 하는 편이다. 김치를 제외한 밑반찬 3가지, 일품요리 1가지를 식사 때에 올리고 일품요리가 반찬으로서 부족하다 싶으면 찌개나 국을 준비하는 식으로 한꺼번에 많은 음식을 준비하기보다 그때그때 해 먹으려고 노력하는 편이다. 

  오늘은 냉장고에 밑반찬이 한 가지밖에 없으니 오이무침과 어묵감자볶음 두 가지를 준비하고 갈비찜과 계란 조림의 일품요리 그리고 김치 콩나물국을 준비했다. 반찬 만들기는 어떤 날은 너무너무 재미있어서 신나게 하기도 하고 어떤 날은 너무 하기 싫어 밀키트를 급히 사 오는 경우도 있다. 반찬 가게가 없던 옛날 어르신들은 어떻게 매번 식사를 준비하셨는지 존경스러운 맘이다.

 

 

갈비찜, 콩나물국, 오이무침, 어묵볶음 반찬모음
반찬 만들기

  오늘 할 일을 다 하고 나니 드디어 나만의 시간이 생겼다. 아직 저녁 일들이 남아있지만 잠깐의 이 시간이 너무 좋다.

  결혼하기 전 나의 꿈은 늘 집에서 가족들을 기다려주는 엄마가 되는 거라고 말했을 때 흔쾌히 그러라고 했던 그 시절의 남편에게 너무 고맙다. 가끔 전업주부라는 나의 위치가 비생산적인 것은 아닐까 스스로 우울해지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나에게 주어진 이 자리에서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노력을 다한다면 나도 꽤 괜찮은 직업을 가진 사람이 되는 게 아닐까 마음을 다잡아 본다.

 

노트북과 커피와 도넛이 식탁에 놓여 있는 모습
잠깐의 휴식 시간

 

 나의 직업은 전업주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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